목록살아가다/화양연화 (13)
All that Zagni
오늘의 주제가는 윤종신, 무감각.친절과 호감을 착각했던 지난 며칠이 부끄럽게 지나갔다. 이별과 퇴직을 고민하고 있는 친구를 만나서 다독여줬다. 웃을 수 있게 해달라는 팔러를 만나서 그녀를 웃겨줬다. 그렇게 무심하게, 하루하루가 흘러갔다. 사랑에 빠지면 그 사람이 달라보인다. 하나하나가 예뻐보이고, 하나하나의 행동에 자꾸 의미를 부여하게 된다. 나이가 들었다고 달라질까. 사랑에 빠진 남자는 언제나 똑같다. 하지만 조금은 다르다. 경험이 쌓인 탓일까. 어느 순간, 이게 사랑에 빠진 거란 것을 알아차린다. 그래서 마음을 낮춘다. '감기약을 먹어서 졸린거야'. 이런 마음과 똑같다. 왜 그런 지를 알고나니, 당황하지 않는다. 조금만 지나면 콩깍지가 벗겨진다. 그리곤 알게된다. 뭐가 사랑이고, 뭐가 친절인지를. 저..
오늘의 주제가는 애즈 원, 사랑이 어색해. 옛 친구는 은근히 찌르는 것처럼 말하는 버릇이 있었다. 평소에는 참 다정하다가도, 뭔가 문제가 생기면 나를 탓하고는 했다. 당황한 내가 "그게 아니라..." 뭐라고 변명을 하려고 하면, "그럼 내가 잘못했다는 거에요?"라고 다시 화를 내곤 했다. 난 그 사람이 그때 왜 그랬는 지를 몰랐다. 난 당신 탓을 하는 것이 아닌데, 당신은 자꾸 내가 당신을 탓한다고 말했다. 그냥 당황스러웠다. 어색해지는 분위기가 싫었지만, 어쩌해야 좋을지 몰랐다. 그 친구가 바라는 사람이, 변명하지 않는 사람-이란 것은 나중에야 알았지만. 그땐 그래도 그 사람이 좋았다. 하지만 이제 다시 그때로 돌아간다면, 아니라고 할 것 같다. 이젠 편한 사람이 좋다.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인연이 좋다..
오늘의 주제가는 MC 몽, 천하무적. 내가 좋아하는 노래와는 달리, 나를 표현하는 노래라면 딱 3개를 꼽는다. 젝스키스의 '사나이 가는 길(폼생폼사)', 크라잉넛의 '넌 내게 반했어' ... 그리고 MC몽의 '천하무적'. 세상이 널 버려, 널 자꾸 속여도, 천.하.무.적. 한마디로 천상천하 유아독존. 자뻑의 정신. 정신 나간 세상에서 제정신으로 살아가기 위해선, '존나게 버티며' 살아가기 위해선, 이 정도는 가져야 된다고 믿는다. 나를 왕따시키는 세상에서 버티기 위한 방법은, 내가 세상을 왕따시켜버리는 것이니까. 야마다 에이미의 말마따나, "우리는 오늘도 사랑받기 위해 전투중"이니까. Yo! Listen Up This is MC MONG 2nd Round FreshBack on this track gra..
오늘의 주제가는 이소라, 시시콜콜한 이야기. 파티가 끝난 밤, 술을 마시고 돌아오는 새벽, 한 통의 전화가 온다. 배터리가 떨어져가는 스마트폰을 꺼내 번호를 보니, 아주 오래 전, 내가 좋아했던 아이다. 무슨 일일까 싶어 전화를 받으려다, 그만 둔다. 이 아이에게 만큼은, 유독 마음이 모질어 진다. 많이 좋아했던 탓이 아니다. 오래 좋아했던 탓도 아니다. 내게 가끔 전화를 걸어온 것은 꽤 오래된 일이다. 새벽 4시에 전화를 걸어도 받을 사람은, 그리 많지 않으니까. 전화를 받다보면 항상, 뻔한 인삿말로 시작해, 서로 아는 사람들의 근황을 나누고, 지금 나와라-하는 말로 끝이 났다. 어디 왔더니 생각나서 전화했다고. 나와서 술 한잔 하자고. ...그리 듣기 싫지 않은, 달콤한 거짓말. 하지만 내가 좋아했던..
오늘의 주제가는 이현우, 거짓말처럼 기적처럼 사람의 말에는 항상 보이지 않는 ( )가 숨어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했던 적이 있습니다. 그러니까, (니가 싫어졌으니) 이제 친구로 지내자 라거나, 시간나면 보자 (하지만 지금 당장 보고 싶지는 않아) 라거나 하는 말들. 내뱉는 말로는 다 알 수 없는 사람의 마음. 결국 알 수가 없는 서로의 마음과, 그래서 생기는 오해와 불신들. 꼭 그걸 말로 해야 아냐- (눈치껏 알아채줘)라는 사람들과, 내가 언제 말로 한 적 있냐 (그러니 나는 책임없어)라는 사람들 사이에서의 피곤한 관계. 좋아해-라는 말을 그래서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그건 마치 좋아해-(그러니까 너도 나를 좋아해줘) 라던가, 좋아해-(그렇지만 거절하면 다른 사람 찾을 거야)라는 말처럼 들렸거든요. 니가 ..
사람에게 쉽게 반한다. 나를 챙겨주는 사람에겐, 정말 쉽게 반하는 편이다. 남을 챙기고만 살아서였는지, 챙김을 당해본 적이 없어서 그랬는 지는 잘 모르겠다. 누군가가 나를 챙겨주면, 쉽게 반하고 만다. 그랬다. 늘상 그랬다. 먼저 연락하고, 먼저 데이트 신청을 하고, 먼저 다독이고, 먼저 챙겨주고. 내가 못나 항상 먼저 챙겼다. 혹시라도 일이 잘못될까 겁나, 그렇게 챙기고 다녔다. 마음이 멀어질까봐, 그렇게 챙기고 다녔다. 그렇다고 잘 챙겼던 것도 아니다. 내가 하고픈 것을 같이 하자고 챙겼던 거니까. 내가 하고픈 것을 다 따라올 사람이 세상 어디에 있을까. 혼자서 일 만들기 좋아하고 돌아다니기 좋아하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세상 모든 것이 재밌는 일 투성이라, 하고픈 것이 너무 많으니 함께 할 사람도 ..
오늘의 주제가는 엘라 피츠제랄드와 루이 암스트롱, Learning the Blues. 친구의 이별 이야기를 듣다가, 내 이별 이야기를 하다가, 웃는지 우는지 모르는 척, 사는 것이 농담이 되어 버린 밤. 맞아. 지나간 이별을 곱씹어 봤자, 어떤 것을 되돌릴 수 있겠니. 우리 앞에 수많은 연애의 가능성이 있지만, 이별하지 않고 사랑했던 적은 없었으니까. 그 모든 이별을 일일이 생각한다면, 우린 어떤 연애도 하지 못할거야. ...그러니까 오늘밤엔, 블루스 파티를 열자. 사랑에 실패한 사람들, 직장에서 해고된 사람들, 삶에 지친 사람들, 면접에서 번번이 떨어지는 사람들, 우울한 기분에 빠진 사람들을 모두 모아, 웃고 떠들며 밤새 블루스를 추는거야. 그렇게 추다보면 새벽이 다가와. 그리고 알게 되겠지. 가슴이 ..
오늘의 주제가는 레닌, 아주 짧지만 인연에 대한 예의. 헤어짐에 무슨 예의가 있을까, 라고 사람들은 말하지만, 나는 사람사는 일엔 모두 예의가 있다고 믿는다. 헤어진 후에도 좋은 관계로 남았던 사람들을 돌이켜보면, 모두 예의를 지킬 줄 아는 이들이었다. 당신과 내가 함께했던 시간에 대한 예의. 어찌되었건 혼자가 되어버린 사람에 대한 배려. 그런 사람과 헤어진 다음엔, 난 항상 애를 쓴다. 더 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서, 나중에라도 더 예뻐진 모습을 보이고 싶어서. 행여 다른 사람이 보더라도, 나란 사람과 사귀었던 것이 부끄럽지 않을 수 있도록. 아니 내가, 당신에게 부끄럽지 않도록. 안다. 부질없는 미련이다. 하지만 한때 사랑했던 시간에 대한 책임은 지고 싶었다. 언젠가 우연히 만나더라도, 서로 웃으면서 ..
오늘의 주제가는 성시경, 당신은 참. 사랑한 다음에 후회하지 않는 사람이 어디 있을까. 사람이 죽을 것을 알면서도 살아가는 것처럼, 누구나 헤어질 것을 알면서도 사랑하지만. 그래도 헤어진 사람이, 마음에 곱게 남아있는 것을 알게된 때엔, 기쁘다. 어찌 미워한 적 없었겠냐만. 왜 나는 안되는 거냐고 원망안했겠냐만. 그래도 당신 흔적이 내 안에, 그렇게 예쁘게 남아 있는 것을 보게된 날은, 참 좋아서 눈물이 날 것만 같다. 당신은 마음 안에따뜻한 빛을 품고 있는 사람. 추운 겨울밤의 가로등새벽 첫 차의 기적 소리멎어버릴 것 같던 내 심장에호-하고 불어주던 입김 그 환한 빛에 잠시 끌렸던 것,어떤 일이 있어도 후회하지 않아. 그러니 당신,돌아보지 말고,마음껏, 행복해지기를. 당신은 참 내게는 참 그런 사람바보..
오늘의 주제가는 에픽 하이, 춥다. 결혼한 누나는 결혼한 다음에도 가끔, 외롭다,는 이야기를 하곤 했다. 그땐 이해하지 못했다. 짝도 있는 사람이, 아이도 있는 사람이 왜 자꾸 저런 이야기를 할까-하는 생각을 했다. 어쩌면 짝도 있고 아이도 있는 사람은 그런 얘기를 하면 안되는 거라고 생각했을 지도 모르겠다. 이젠 조금 이해한다. 외로움은 허기 같은 것이어서, 짝도 아이도, 결국 그냥 함께 밥을 먹어주는 사람일 뿐인 것이라서. 짝이 있고 아이가 있어도 가끔 몸서리치게 밀려오는 것. 짝도 없고 애도 없는데 그 마음만 먼저 알아버렸다. ...그래도 같이 밥 먹어줄 사람이 있는게 어디냐-하고 여전히, 생각하고는 있지만. 봄이 와 꽃을 피우고.여름이 와 기억이 녹아 내려도... 난 원래 사계절이 어울리지 않아,..
오늘의 주제가는 브라운 아이드 소울(Brown eyed soul), 우리 정말 사랑했을까. 남들은 내가 연애를 쿨하게 끝내는 줄 안다. 웃으면서 헤어졌어요-하고 말하니까. 아무렇지 않은듯 살아가곤 하니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연애가 끝나고나면 몸이 아프다. 많이 좋아하면 할수록 더 그랬다. 그렇게 죽은듯이 쓰려져있다가 눈을 뜨면, 갑자기 머리가 맑다. 눈이 텅 비고, 몸이 가볍다. 그냥 꿈을 꾸다 깬 것만 같은 기분. 멍-하니, 모든 것이 아주 오래전 일처럼 여겨진다. 분명히 사랑했었는데, 그게 마치 없던 것처럼 생각된다. 당신이 날 그리 생각했듯이. 이제 이 사람 다시 안봐도 좋다고 여겼듯이. 나도 그리, 꿈에서 깬다. 좋았나봐 널 많이 아꼈나봐 / 다시 못견디게 아픈걸 보니 가슴에서 자꾸만 열이 나..
오늘의 주제가는 10cm, 그러니까.아침에 일어나 스파게티를 만들어 먹고, 빨래를 하고, 설겆이를 하다가 이 노래를 들었다. 심심풀이 삼아 틀어놓은 스마트폰의 모노 스피커에서. 언젠가부터, 오래 보고픈 사람에게는 고백을 하지 않게 됐다. 자주 만나 이야기하고 밥을 먹고 웃다가 헤어져도, 당신과 계속 있고 싶다고는 말하지 못하게 됐다. 만나 사랑을 시작하는 그때부터, 이별을 생각하고 있는 날 알게됐기 때문이다. 연애를 시작하면 늘상, 사랑받고 싶어 애쓰는 나를 보게 됐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딱 여기까지만. 너무 멀지도 않고, 너무 가깝지도 않게. 마음의 거리 5m 이내 1m 바깥. 그만치에 늘상 그대를 세워둔다. 설겆이를 하다말고 가슴이 메인다. 그냥 당신이 성큼, 1m 안으로 들어와줬으면 좋겠다. 참 ..
오늘의 주제가는 10cm, fine thank you and you?어제 아무 생각 없이 새로 나온 노래들을 듣다가, 귀에 꽂혔다. 하와유. 파인땡큐 앤유? 한국에서 중학교를 나온 70년대생이라면 버릇처럼 튀어나올 대사.하와유. 파인땡큐 앤유?그래서 농담처럼 사용되기도 하는 말.하와유. 파인땡큐 앤유? 너의 얘길 들었어 너는 벌써 30평에 사는구나난 매일 라면만 먹어나이를 먹어도 입맛이 안 변해 I'm fine thank you thank you and you우리 옛날에 사랑을 했다니 우스워 좋은 차를 샀더라 네가 버릇처럼 말한 비싼 차나도 운전을 배워 이리도 어려운 건지 모르고 I'm fine thank you thank you and you우리 옛날에 사랑을 했다니 우스워 나는 정말로 괜찮아 행복해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