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that Zagni

춥다 - 에픽 하이 본문

살아가다/화양연화

춥다 - 에픽 하이

자그니 2012. 10. 29. 14:28

오늘의 주제가는 에픽 하이, 춥다.


결혼한 누나는 결혼한 다음에도 가끔, 외롭다,는 이야기를 하곤 했다. 그땐 이해하지 못했다. 짝도 있는 사람이, 아이도 있는 사람이 왜 자꾸 저런 이야기를 할까-하는 생각을 했다. 어쩌면 짝도 있고 아이도 있는 사람은 그런 얘기를 하면 안되는 거라고 생각했을 지도 모르겠다.


이젠 조금 이해한다. 외로움은 허기 같은 것이어서, 짝도 아이도, 결국 그냥 함께 밥을 먹어주는 사람일 뿐인 것이라서. 짝이 있고 아이가 있어도 가끔 몸서리치게 밀려오는 것. 짝도 없고 애도 없는데 그 마음만 먼저 알아버렸다. 


...그래도 같이 밥 먹어줄 사람이 있는게 어디냐-하고 여전히, 생각하고는 있지만.




봄이 와 꽃을 피우고.

여름이 와 기억이 녹아 내려도...


난 원래 사계절이 어울리지 않아, 차가운 아이잖아. 

모진 성격은 살을 에는 겨울. 시린 바람. 알만큼 알잖아.

내겐 냉정이 다인걸. 겨울바다 같은 심장인걸. 

배를 띄워 다가오면 알겠지. 내가 섬이 아닌 빙산인걸.


난 초점을 잃었지. 서리 낀 눈. 시린 기억이 

밟혀서 목젖 없이 비명만 질렀지. 아픈 상처만 남은 빙판이었지. 

눈사태 난 듯 무너진 맘. 추스려 보니 다시 불 꺼진 밤. 

너란 해가 떠도 눈 덮인 산은 녹지 않아.


여긴 춥다. 주머니에 손을 숨겨봐도

너무 춥다. 손을 모아 입김 불어봐도

마음이 얼어붙어서 자꾸 입술이 튼다.


나만 춥다. 이불로 내 몸을 감싸봐도

너무 춥다. 누군가의 품에 안겨봐도

가슴이 구멍 나서 막아보려 해도 자꾸 바람이 샌다.


봄은 설레며 찾아오지만 난 가을의 끝자락에 서.

겨울에 멈춘 기억. 따스함은 가뒀어. 마른 마음의 튼 살 안에서.

얼어붙은 강물에 갇힌 추억. 붙잡고 내 손을 놓지 않아.

차가웠던 이별을 안 뒤부터 꽃 피던 그 봄은 오지 않아.


벚꽃이 내겐 눈송이처럼 피잖아. 여긴 춥다.

햇살도 내겐 눈보라처럼 치잖아. 나만 춥다.

건드리면 다 얼리잖아. 너의 손을 잡을까 겁이 난다.

네가 나와 가까워지면 너의 심장도 몸살 걸릴까봐.


여긴 춥다. 주머니에 손을 숨겨봐도

너무 춥다. 손을 모아 입김 불어봐도

마음이 얼어붙어서 자꾸 입술이 튼다.


나만 춥다. 이불로 내 몸을 감싸봐도

너무 춥다. 누군가의 품에 안겨봐도

가슴이 구멍 나서 막아보려 해도 자꾸 바람이 샌다.


I'm cold as ice. I'm cold as ice. I'm cold as ice. So cold.


봄이 와 꽃을 피우고.

여름이 와 기억이 녹아 내려도 여긴...

여긴 춥다. 너무 춥다

마음이 얼어붙어서 자꾸 입술이 튼다

나만 춥다. 너무 춥다

가슴이 구멍 나서 막아보려 해도 자꾸 바람이 샌다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