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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콜콜한 이야기 - 이소라 본문

살아가다/화양연화

시시콜콜한 이야기 - 이소라

알 수 없는 사용자 2013. 1. 18. 03:13

오늘의 주제가는 이소라, 시시콜콜한 이야기.


파티가 끝난 밤, 술을 마시고 돌아오는 새벽, 한 통의 전화가 온다. 배터리가 떨어져가는 스마트폰을 꺼내 번호를 보니, 아주 오래 전, 내가 좋아했던 아이다. 무슨 일일까 싶어 전화를 받으려다, 그만 둔다. 이 아이에게 만큼은, 유독 마음이 모질어 진다. 많이 좋아했던 탓이 아니다. 오래 좋아했던 탓도 아니다. 


내게 가끔 전화를 걸어온 것은 꽤 오래된 일이다. 새벽 4시에 전화를 걸어도 받을 사람은, 그리 많지 않으니까. 전화를 받다보면 항상, 뻔한 인삿말로 시작해, 서로 아는 사람들의 근황을 나누고, 지금 나와라-하는 말로 끝이 났다. 어디 왔더니 생각나서 전화했다고. 나와서 술 한잔 하자고. 


...그리 듣기 싫지 않은, 달콤한 거짓말.

하지만 내가 좋아했던 그 아이는, 마음이 고장난 아이였다. 예쁘장한 얼굴에 활달한 성격, 참 많은 사랑을 받았다. 그만큼 좋아하거나 찔러보는 남자도 많았다. 하지만 그 아이는, 그 누구에게도 맘을 열지 않았었다. 사람들이 자신에게 관심이 없으면 죽을만큼 외로워 하면서도, 어느 누구에게도 마음을 연 적이 없었다. 


예쁘다는 것이 어쩌면, 안좋은 것일 수도 있다는 것을, 그때 처음 알았다. 결국 친구들이 곁을 떠났다. 남자들이 곁을 떠났다. 그러다보니 항상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새로운 사람들과 같이 다녔다. 그 애에게 목을 맸던 남자애를 본 적도 있다. 그러나 그러다 3년, 결국 그 남자 아이도 그 애를 떠났다. 


모든 사람이 떠난 뒤에도, 내겐 가끔 전화를 걸어오곤 했다. 그러다 어느 때부터, 그 전화를 받지 않게 되었다. 마음이 고장난 아이는 자기 마음만 볼 줄 알았지, 다른 사람 마음을 보지 않았다. 사랑과 관심은 당연한 것이었기에, 그 아이와의 통화는 항상 공허했다. 대화를 하는데 대화가 아닌 기분. 전화기 너머 인형과 얘기하는 기분.


번호를 차단하고, 다시 헤드폰을 귀에 끼는데, 이소라의 노래가 흘러나왔다. 마음이 빛무리처럼 부서진다. 많이 좋아했던 탓이 아니다. 오래 좋아했던 탓도 아니다. 그만큼 많이 좋아하지 않았던 탓이다. 당신 마음의 우물조차 감싸안을 만큼, 당신을 좋아하진 못했던 탓이다.




잠깐 일어나봐 깨워서 미안해

나도 모르겠어 윤오의 진짜 마음을


같이 걸을때도 (거기 어디니) 한걸음 먼저 가

친구들 앞에서 (혼자있니) 무관심할 때도 괴로워

(어디 가지말고 거기 있어 내가 갈께)


많이 힘들어 (지금 우는 거니)

요즘 자주 울어 (너 땜에 속상해)

맨 처음 봤을 때 가슴 뛰던 생각 나

(가슴 뛰던 너의 모습 알아 그렇게 힘들면 헤어져)


헤어지긴 싫어 (그렇게 안되니)

내가 좋아하는 거 알잖아

더 잘해달라면 그럴거야


이러고 있는 거 (그 사람은 아니)

나도 너무 싫어 (매일 이러는 거)

갤 만나고부터 못견디게 외로워

(못견딜게 세상에 어딨니 울어도 달라진 건 없어)


저울이 기울어(조금만 기다려 응?)

나만 사랑하는 거 같잖아

또 전화도 없고 날 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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