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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짧지만 인연에 대한 예의 - 레닌 본문

살아가다/화양연화

아주 짧지만 인연에 대한 예의 - 레닌

알 수 없는 사용자 2012. 12. 18. 04:57

오늘의 주제가는 레닌, 아주 짧지만 인연에 대한 예의.


헤어짐에 무슨 예의가 있을까, 라고 사람들은 말하지만, 나는 사람사는 일엔 모두 예의가 있다고 믿는다. 헤어진 후에도 좋은 관계로 남았던 사람들을 돌이켜보면, 모두 예의를 지킬 줄 아는 이들이었다. 당신과 내가 함께했던 시간에 대한 예의. 어찌되었건 혼자가 되어버린 사람에 대한 배려.


그런 사람과 헤어진 다음엔, 난 항상 애를 쓴다. 더 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서, 나중에라도 더 예뻐진 모습을 보이고 싶어서. 행여 다른 사람이 보더라도, 나란 사람과 사귀었던 것이 부끄럽지 않을 수 있도록. 아니 내가, 당신에게 부끄럽지 않도록. 





안다. 부질없는 미련이다. 하지만 한때 사랑했던 시간에 대한 책임은 지고 싶었다. 언젠가 우연히 만나더라도, 서로 웃으면서 만날 수 있기를 바랬으니까. 그래서 쓰다듬 쓰다듬, 당신에게 칭찬을 받고 싶었으니까. 하지만 그렇게 고운 사람을 만나는 것은, 인생에 몇 번 없는 행운같은 것일까. 


헤어지자마자 쪼르륵, 다른 사람을 사귀는 것을 보면, 내 자신이 조금은 비참해 진다. 겨우, 저런 사람이었구나. 내 사랑했던 기억이 애달프다. 순식간에 잿빛으로 변해버린 기억이, 다른 아픈 기억을 또 불러온다. 원래 그런 사람이었다. 그런 줄 알면서도 좋아했었다. 


그리보니 나도 그랬었다. 

맞다. 내 탓이다. 

그래서 또 가슴이 아파 운다.


헤어져줘서 참,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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