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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해라 나를 - 원모어찬스 본문

살아가다/화양연화

사랑해라 나를 - 원모어찬스

자그니 2012. 12. 28. 03:28



사람에게 쉽게 반한다. 나를 챙겨주는 사람에겐, 정말 쉽게 반하는 편이다. 남을 챙기고만 살아서였는지, 챙김을 당해본 적이 없어서 그랬는 지는 잘 모르겠다. 누군가가 나를 챙겨주면, 쉽게 반하고 만다. 그랬다. 늘상 그랬다. 먼저 연락하고, 먼저 데이트 신청을 하고, 먼저 다독이고, 먼저 챙겨주고. 내가 못나 항상 먼저 챙겼다. 혹시라도 일이 잘못될까 겁나, 그렇게 챙기고 다녔다. 마음이 멀어질까봐, 그렇게 챙기고 다녔다. 


그렇다고 잘 챙겼던 것도 아니다. 내가 하고픈 것을 같이 하자고 챙겼던 거니까. 내가 하고픈 것을 다 따라올 사람이 세상 어디에 있을까. 혼자서 일 만들기 좋아하고 돌아다니기 좋아하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세상 모든 것이 재밌는 일 투성이라, 하고픈 것이 너무 많으니 함께 할 사람도 찾기가 어렵다. 혼자 다니기를 싫어하면서도 혼자가 된다. 그러다보니 그냥, 그러려니 살게됐다. 


아침에 일어나 스마트폰을 봤다. 왠일인지 문자도, 카톡도 하나 없었다. 쓸쓸했다. 내 안의 내가, 그렇게 속삭인다. 앞으로도 너는, 이렇게 살 수 밖에 없을거야. 진절머리나게 싫은 외로움. 하지만 왜인지 오늘은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앞으로도 나는, 이렇게 살 수 밖에 없을거야. 언젠가 누군가는 나를 챙겨줄 지도 모른다는, 오래된 헛된 희망이 깨끗이 사라졌다. 


거절에 익숙해 질 것. 그렇다고 손 내밀기를 주저하지 말 것. 언제나처럼 견지하는 모순된 태도. 그러니까 결국, 지금 살아왔던 것처럼 살아갈 것. 인정하는데, 참 오랜 시간이 걸렸다. 누군가가 내 심장을 조이는 것처럼, 아파왔다. 죽을 때까지 상처 받으며 살아갈 것. 이제까지 그래왔으니, 나쁘진 않다. 인정하니 마음이 편하다. 그래도 자꾸, 마법이라도 걸것처럼 중얼거려본다. 누군가는 나를, 사랑해 줬으면 좋겠다-라고. 


 


사랑해라 나를 사랑해라 나를

멀리서 그대를 바라보며 혼자 하는 말


사랑해라 나를 사랑해라 나를

내게는 들리고 그댄 모르는 말


멀리서 그대를 보네요

그대는 모르죠 내가 보는 것도


난 그냥 그대가 좋아요

다른 건 몰라요 그대만 보네요


사랑해라 나를 사랑해라 나를

멀리서 그대를 바라보며 혼자 하는 말


사랑해라 나를 사랑해라 나를

내게는 들리고 그댄 모르는 말


알아요 나도 다 알아요

안 되는 건 그냥 안 되는 거란 걸


그래요 난 그냥 할래요 

더 사랑할래요 그댄 모르게


사랑해라 나를 사랑해라 나를

멀리서 그대를 바라보며 혼자 하는 말


사랑해라 나를 사랑해라 나를

내게는 들리고 그댄 모르는 말

그댄 모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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