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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다/화양연화

그러니까 - 10cm

알 수 없는 사용자 2012. 10. 20. 14:03

오늘의 주제가는 10cm, 그러니까.

아침에 일어나 스파게티를 만들어 먹고, 빨래를 하고, 설겆이를 하다가 이 노래를 들었다. 심심풀이 삼아 틀어놓은 스마트폰의 모노 스피커에서. 


언젠가부터, 오래 보고픈 사람에게는 고백을 하지 않게 됐다. 자주 만나 이야기하고 밥을 먹고 웃다가 헤어져도, 당신과 계속 있고 싶다고는 말하지 못하게 됐다. 만나 사랑을 시작하는 그때부터, 이별을 생각하고 있는 날 알게됐기 때문이다. 연애를 시작하면 늘상, 사랑받고 싶어 애쓰는 나를 보게 됐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딱 여기까지만. 너무 멀지도 않고, 너무 가깝지도 않게. 마음의 거리 5m 이내 1m 바깥. 그만치에 늘상 그대를 세워둔다. 설겆이를 하다말고 가슴이 메인다. 그냥 당신이 성큼, 1m 안으로 들어와줬으면 좋겠다. 참 못났다. 못난 마음이다.


찬 바람이 부엌 창문 너머로 들어왔다 비웃고는 떠난다. 





아침이 오는 나의 마음에 어느 샌가

분홍빛이 물들지만

구름이 오고 바람이 불어 흐려지면

한 순간도 버텨내지 못할거야


너의 마음과 너의 얼굴은

다시 봐도 너무나 눈부시지만

너의 두 손을 결국에 나는 머뭇하다 못 잡을거야

난 최고 멍청이니까


한 침대 한 이불 단잠을 깬 너는 웃고

식탁에 마주 앉아 좋기도 하겠지만

커텐을 올리고 눈이 밝아지면

보게 될 거야 난 아무것도 아니니까


비 오는 퇴근길 우산 속의 너를 안고

저녁거릴 사 들고 좋기도 하겠지만

안개가 걷히고 눈이 밝아지면

보게 될거야 난 아무것도 아니니까


노을이 드는 낡은 창가에

걸터앉아 네 얼굴을 생각했지

환한 얼굴의 나와는 다른 슬픈 표정

우리 둘은 이뤄지지 않을거야

우리 둘은 행복하진 못할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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