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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that Zagni
오늘의 주제가는 레닌, 아주 짧지만 인연에 대한 예의. 헤어짐에 무슨 예의가 있을까, 라고 사람들은 말하지만, 나는 사람사는 일엔 모두 예의가 있다고 믿는다. 헤어진 후에도 좋은 관계로 남았던 사람들을 돌이켜보면, 모두 예의를 지킬 줄 아는 이들이었다. 당신과 내가 함께했던 시간에 대한 예의. 어찌되었건 혼자가 되어버린 사람에 대한 배려. 그런 사람과 헤어진 다음엔, 난 항상 애를 쓴다. 더 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서, 나중에라도 더 예뻐진 모습을 보이고 싶어서. 행여 다른 사람이 보더라도, 나란 사람과 사귀었던 것이 부끄럽지 않을 수 있도록. 아니 내가, 당신에게 부끄럽지 않도록. 안다. 부질없는 미련이다. 하지만 한때 사랑했던 시간에 대한 책임은 지고 싶었다. 언젠가 우연히 만나더라도, 서로 웃으면서 ..
오래 전 나는 그 아이와 헤어졌다. 성대 앞 한 커피숍에서 이별을 하고, 그 아이는 먼저 떠났다. 조금 앉아있다가 일어서는데, 다리가 후들거렸다. 도저히 안될 것 같아 택시를 탔다. 아저씨가 손님 어디가시냐고 묻는데, 대답을 못했다. 담배를 한 대 피워도 되냐고 물었다. 괜찮다-고 말하면서, 아저씨가 창문을 열어준다. 쌀쌀한 바람이 불던 그 곳. 화창한 햇살이 내리쬐던, 어느 겨울의 대학로. 아저씨는 어느 곳으로 가는지 묻지도 않고 차를 움직이고, 담배를 꺼내는 내 손은 덜덜덜 떨고 있었다. 눈물은 나지 않았다. 그냥 덜덜덜 떨었을 뿐이다. 하얀 연기가, 차가운 바람을 따라 하늘로 흩어졌다. 그리고 몇 년이 지났을까. 톰 트라우버트의 블루스를 들으며 압구정 지하철역 계단을 올라가는데, 갑자기 눈 앞에 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