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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819_하늘에서 보내온 편지

자그니 2006. 8. 19. 15:46

아침 먹으면서 신문 보다가 울었다. 원래 눈물이 많은 탓이다.

보수언론의 아젠다 셋팅 능력은 상상을 초월한다. 사행성 게임기 문제를 정권 마지막의 게이트가 될 것처럼 몰고갈줄은 생각도 못했다.

조선일보에 괜찮은 시론이 실렸다. 그 글의 세번째에 해당하는 이야기는 언론이 꼭 들으면 좋을 이야기다.

세 번째는 독일 언론의 보도 태도이다. 방송과 신문에 연일 기사가 실리고 논쟁이 벌어지지만 그리 큰 호들갑을 떨지 않는다. 대신 이 문제를 깊고 다양하게 다루려는 모습이 역력하다. 기자들은 기사를 작성하며, 인용한 의견엔 모두 실명을 덧붙인다. 또한 나치시대 전문가, 작가, 교수, 정치인들이 자신의 이름을 걸고 그라스를 비판하거나 옹호하는 긴 글을 발표하고 있다. 그렇기에 논쟁이 가능하다.

이 논쟁을 통해 그라스의 고백은 도덕적 차원을 넘어 좀 더 세분화된 과거 청산작업으로 발전한다. “믿었던 귄터 그라스가 아니 어떻게”라면서 들고 일어나 손가락질을 하기보다는 그가 왜 그랬는가, 그의 행동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를 놓고 비판과 옹호의 글이 함께 실린다. 이를 보면서 나는 참된 언론이란 도덕적 잣대로 사건을 단죄하는 재판정이 아니라 다양한 담론이 개진되는 논쟁의 장이라는 평범한 진리를 다시 확인하게 되었다.

- 김용민, 조선일보 2006년 8월 19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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