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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에서 온 편지 - 박영미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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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에서 온 편지 - 박영미

자그니 2006. 6. 3. 11:40
그대가 보내준 엽서를 받아봤어요

그리스의 하얀집이 아름답군요
노을이 그려진 우표도 멋있어요
그리고 나를 사랑했다는 말도

소중한 사랑의 아픔이 느껴졌어요
그대 생각 떠올리며 울기도 했죠
그대는 지금쯤 거기서 행복하게
지내도 지난 날을 잊진 않겠죠

언젠가 잊혀질 사람이지만
추억은 잊을 수 없어
서로를 바라보며 지새던 그 밤도

그대가 보내신 엽서를 받아들던 날
갈 곳 없던 내 마음은 울어버렸죠
조그만 엽서에 실려온 그대 향기
느끼며 지난 추억을 생각해요

- 그리스에서 온 편지, 박영미 노래, 최은정 작사, 김성호 작곡

태어나서 처음으로, 좋아한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아무 것도 몰랐던 나는, 그냥, 고마워-라고 대답했다. 그리고 그게 끝이었다. 나는 그 말이 무슨 뜻인지를 정말 몰랐고, 그 아이는 그 다음 어떻게 해야 좋을 지를 몰랐던 것 같다. 그런 말들이 오고간 다음에도, 그 애와 나의 관계는 하나도 바뀌지 않았다.

...다시 생각해보니, 그때 나는 순진하다기 보다 바보에 가까웠던 것 같다. -_-;;

그 대신 박영미라는 가수를 알게됐다. 그 아이는 "나는 외로움, 그대는 그리움"보다도 끝에서 두번째에 실린 이 노래, "그리스에서 온 편지"를 무척 좋아했다. 나즈막한 목소리로 부르는 그 아이의 노래에 반주 맞춰주기 위해, 하룻밤을 새면서 기타 코드를 땄던 기억도 있다.

그리고 늘상 그렇듯, 그 아이에 대한 기억은 잊혀지고, 가끔 함께했던 시간과 이 노래만 기억에 남았다. 이름과 얼굴은 흐릿해졌는데 멜로디만 귓가에 맴돈다. 길을 걷다가, 나뭇잎들을 보다가, 카페에 앉아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 연인들을 보다가, 어느 순간 불현듯이 생각나는 풍경들과 함께 떠오르는 멜로디.

...아아, 그래.
나는 그 아이와 함께 있었던 시간들이, 좋.았.다.


* 오레오님의 "나는 외로움 그댄 그리움"에서 트랙백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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