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that Zagni

사랑하는 당신께 - 신경숙 본문

읽고보다/메모하다

사랑하는 당신께 - 신경숙

자그니 2006. 4. 19. 01:38

사랑하는 당신께

......

이 새벽에도 태어나고 죽고 사랑하고 배반하는 일이 동시에 이루어지고 있겠지요.
살아가는 일에 매번 홍역을 치르고 있지만 마지막으로 가 닿는 마음은,
찰나에 최선을 다 할 수밖에 없다는 자각입니다.

아직 미혹이라 매번 이 평범한 자각에 이르기까지 가슴이 확 뒤집어지는 과정을 겪고 있습니다만
섬광처럼 지나가는 순간순간을 아로새기는 일에
최선을 다하려 애쓰겠습니다.

그래도 당신에게 가겠다는 약속을 지킬 수 없게 된다면,
그건 제가 힘에 부치는 약속을 질러 한 것이지,
당신 탓이 아닙니다.

그러니 귀한 당신.
인간을 사랑하는 일에서 멀어지지 마세요.

당신은 많은 사람들의 아름다운 그늘이니
자괴감을 갖지 말아요.

힘껏 살아야 강렬하고 견고한 사유를 하지요.
여기가 끝이 아니니 어서 힘을 내서 또 걸으세요.

멀리, 저 끝없는 저 길 위를.


- 신경숙, 「오래전 집을 떠날때」 서문 중에서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