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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강재씨에게 - 영화 파이란 中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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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강재씨에게 - 영화 파이란 中

자그니 2005. 11. 8. 10:30

- 사랑하는 강재씨에게

아무도 없는 사이에 살짝 편지를 씁니다.
손이 굳어 글씨를 지저분하게 써서 죄송합니다.
이 편지를 강재씨가 보게될지 모르겠습니다.
확실히 보시리란 확신이 없어 부치지 않습니다.
이 편지를 보신다면 저를 봐주러 오셨군요.



...

나는

... 죽습니다.

한국어를 모른다고 생각을 하고 의사가 말을 했습니다.
너무나 잠깐이었지만 강재씨의 친절

… 고맙습니다.

강재씨에 관하여 잘 알고 있습니다.
나이라든가 성격이라든가, 습관이라든가, 좋아하는 음식이라든가
소개소에서 적어준거 모두 기억합니다.
잊어버리지 않도록 보고 있는 사이에 당신을 좋아하게 됐습니다.
좋아하게 되자, 힘들게 되었습니다.
혼자라는 것이 너무나 힘들게 됐습니다.
죄송합니다.

열심히 일해서 빚을 갚으면 당신을 만날 수 있을까요?
당신과 함께 살수 있습니까?
그렇게 생각을 하고 열심히 일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소용이 없습니다.
당신은 늘 미소를 짓고 있습니다.
여기 사람들 모두 친절하지만 당신이 가장 친절합니다.

... 왜냐하면
나와, 결혼해 주셨으니까요.

당신이 태어난 곳 바닷가 근처죠.
여기에 왔을 때, 가까울 거라고 생각을 하고 지도로 찾았습니다.
아주 멀어서 실망했습니다.
하지만 멀기 때문에 일을 하러온 저와 같네요.

내가 죽으면 만나러 와주시겠습니까?
만약 오신다면 부탁이 하나 있습니다.
저를 당신의 무덤에 같이 묻어주시겠습니까?
당신의 아내로 죽는다는 것, 괜찮으시겠습니까?
응석부려서 죄송합니다.
제 부탁은 이것뿐입니다.

바다소리가 들립니다.
비가 내립니다.
매우 어둡습니다.
죽는 것이 무섭고, 아프고, 괴롭지만 참고 있습니다.

강재씨 매우 좋아합니다.
세상 제일 누구보다도 당신을 좋아합니다.

아픔과 괴로움이 무서워서가 아니라
당신을 생각하며 울고있습니다.
매일밤 잠잘 때 꼭 그렇듯이 당신의 사진을 보면서 웁니다.
늘 그렇게 했지만 다정한 당신의 사진을 보면서 웁니다.
슬픔이 힘든게 아니라, 고마워서 눈물이 납니다.
당신에게 줄 수 있는 것 아무것도 없어서 죄송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말뿐……

마음으로 사랑하고 있는
세상의 어느 누구보다

강재씨…

강재씨…

강재씨…

강재씨…
짜이지엔…



안녕




가장 좋아하는 영화 중의 한 편인 파이란-
오늘 갑자기 생각이 나서, 그 편지 내용을 찾았다. 누군가가 파이란의 대본을 적어놓았다. 그 대본을 메모장에 따다가 넣었다.

...나는 어쩔수 없는 로맨티스트-

몇 번을 봐도 다시, 눈물이 고인다.
젠장-

나중에 나도, 그렇게 말할 수가 있게 될까.
아무 것도 가진 것 없는, 가난한 마음으로-

세상에서 제일 당신을 좋아한다고 말할 수 있을까
누구보다도 당신을 제일 좋아한다고 말할 수 있을까

당신의 사진을 보면 당신에게 고마워서 눈물이 난다고-
빚을 갚으면 당신과 함께 살수 있냐고-
줄 것이 없어서 미안하다고-
그렇게 말할 수 있을까


...


그런 가난함을 사랑해 줄 사람이 있을까.
당신을 사랑하는 채로 죽어도 괜찮겠냐고-
그렇게 말할 날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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