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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외식 - 천지인

자그니 2007. 8. 12. 22:55
두달만에 꼭 두달만에
마누라가 외식을 하자던날

늘씬한 마네킹이 유혹하는
슈즈싸롱에 눈이 팔려

이번에는 꼭 이번에는
사신고야 말겠다는 옹고집에

십만원 두툼해진 지갑으로
랜드로바 세무구두 사 신겼네

평당 억대가 넘는
화려한 명동땅을 거닐면서

헌구두 가져올 걸 놔뒀다며
후회하는 아내를 보며

열시간 작업으로 축쳐진
어깨가 쑤신다는 아내

모처럼의 허탕 외식
말라빠진 뱃가죽도 못 채우고

다음번엔 꼭 다음번엔
대낮부터 기죽지는 않으련다

눈물이 베게위로 젖어드는
아내 눈물 결코 안 보리라

91년이었던가. 일하러 나간 아빠 엄마가, 문잠그고 나간 집에서 불이나 세 아이가 타죽었던 사건이 일어났던 해가. 비오는 저녁, 강남 대로 한복판에서 텅빈 하늘을 올려다 봤다. 하늘 향해 끝없이 올라가는 건물들, 현기증 나듯 흔들리는 불빛, 강물처럼 흘러가던 사람들과 노점에서 들리는 음악 소리, 호객 행위를 하는 사람들의 마이크 소리. 만원어치 사면 물통을 드려요, 새로 개업한 곳이에요 맛있어요, 오늘 하루만 특별히 이 가격에 드려요- 휴대폰을 든 사람들은 허공을 보며 깔깔대고, 두런두런, 들릴듯 말듯 속삭이는 사람들의 목소리.

아득히, 사라지던, 빗방울,
빗방울의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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