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엽편 (2)
All that Zagni
그 애와 왜 사귀는 거냐고?
"내가 그 애와 왜 사귀는 지 궁금하다고?""응. 솔직히 잘 어울린다는 느낌은 안들어.""글쎄, 뭐라고 해야하나...""그냥 생각나는데로" 녀석이 조금 고민하더니, 입을 열었다. "...그러니까말야. 뇌를 씻는 기분이랄까. 그런 것 있잖아, 머리 뚜껑을 열어서, 뇌를 꺼낸 다음에 하이타이로 박박 씻어내는 기분.""그게 무슨 소리야?""보통은 그렇게들 반응해.""응?""내가 말하면, 다들 얼굴을 찌푸리거나,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얼굴을 하거나, 지루하다는 표정을 지어""그게 왜?""...그런데, 그 애는 그냥, 웃어줘" 알 것 같았다. 2010년 12월 24일에 쓴 글을, 정리하면서 지금 옮기다
살아가다/취생몽사
2012. 4. 30. 16:55
기억을 지운 여자
지난 토요일밤 그녀를 보았다. 잠시 담배를 피며 길에 서서 트위터를 보고 있는데, 그녀가 친구와 함께 걸어가고 있었다. 웃으며 이야기하다, 내 앞을 지나, 빗물의 온기가 남아있는 골목으로 사라져간다. 잠시 바라보다, 다시 휴대폰으로 눈길을 돌린다. 생각해보니, 나는 이미 그녀에 대한 기억을 지웠었다. 몇 달 전이었던가, 오랫만에 만난 그녀와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었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지나가는 말로 그녀가, 이제 난 기억도 나지 않아요-라고 말을 했다. 아, 그래?, 하고 대꾸하고, 다시 이야기를 나누다, 웃으며, 헤어졌다. 지하철 역으로 향하는 그녀의 뒷모습을 한참 바라보는데, 그녀가 기억을 지웠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지우고 싶었거나, 아니면, 지울만 했거나, 둘 중 하나였겠지. 조금 쓸쓸..
살아가다/취생몽사
2010. 9. 6. 00: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