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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부는 날 - 황청원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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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부는 날 - 황청원

자그니 2003. 10. 22. 11:04

바람부는 날은
너에게로 가고 싶다

잔잔히 반짝이는
물결의 비늘을 헤치며
우울한 너의 영혼
부서지도록 껴안으러

수면 위에 내려앉은
흐린 물안개에 젖어도 좋으니
피리소리처럼 흘러서
흘러서

너의 집 문 밖
늦가을빛 단풍나뭇잎이 지면
거기 함께 흙이 되더라도
너에게 밟히는 그런 흙이 되더라도.



우울한 당신을 보고 있으면
내 마음에도 아픔이 자꾸만 고여

괜찮아 괜찮아
라고 말해주고 싶어도

하나 바뀌지 않을 현실을 아니까
차마 아무런 말도 못하고

미안한 눈으로
그저 바라보고만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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