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으로 하는 공부 - 강유원

몸으로 하는 공부
강유원 지음 / 여름언덕
나의 점수 : ★★☆

그런데 기업은 민주적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기업의 의사결정은 최고 경영진이 알아서 하게 되어 있다. 고작 몇 퍼센트의 지분만을 쥐고 전 그룹사를 좌지우지하는 황제처럼 굴고 있는 한국의 재벌 회장들을 떠올리면 금방 이해할 수 있다. 최고 경영진은 기업의 종사자들을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일하며 궁극적으로는 종사자들의 노동을 착취한다. 한마디로 말해서 기업은 철저한 독재체재이자 전체주의 시스템이다. 그런데 이런 기업이 사회적 영향력을 확대하고 국가의 정책에 심각하게 관여해서 모든 것을 좌우한다면 그 국가의 민주성은 형편없어진다. 다시 말해서 정치적 의사결정과정은 가식일 뿐이고 실제로는 기업에 의한 사회지배가 실행되는 것이며, 이것은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에 의한 일상의 지배를 통해 이뤄진다_p 114~115

끝으로 한국의 일상적 파시즘론자에게 두 마디.
첫 마디, 뭘 분석하려면 경제적 바탕 위에서 하도록.
두 마디, 남들 욕하지 말고 자기부터 파시즘적 작태를 저지르지 말도록._p116

고민하라. 번뇌하라. 아무 생각 없음은 악이다. 아무 생각 없는 이들이 '강력한 힘으로 우리를 이끌어 주셨던 지도자 박정희 대통령'을 그리워하는 것이다._p130

인문학적 태도는 현존의 것에 대한 의심에서 출발하여 확고하고도 불변의 진리를 찾고자 한다. ...
사회과학적 태도는 사태에 대한 객관적 파악을 중요하게 여긴다. ...
공학적 태도는 현실적으로 실현가능한 것을 찾고자 하는 태도이다._p132~135 부분

이 책에 실린 그의 글을 읽다보면 조금 불쾌하게 여겨질 때가 있다. 두가지다. 하나는 가끔 막말이다, 싶을 정도로 단정적으로 이야기한다는 것. 시원하지만 위험하다. 둘은 대학원에서 인문학을 전공하는 입장에서는 찔리는 이야기를 잘하기 때문이다(맘에 들고 안들고를 떠나서).

노동하는 지식인, 을 꿈꾸고 있는 것일까. 아니, 노동하는 고전주의자를 꿈꾸는 것일까. 몽상가적 기질은 글에서 작게 드러난다. 그는 결코 개혁가는 아니다(게다가 현실분석이란 측면에선 많이 취약하다). 그리고 나는 그의 견유주의적 태도(스스로가 말하기에는 냉소적)속에서, 뭐라고 말하기 힘든 욕망을 본다*. 대중, 또는 공부하지 않는 이들에 대한 무시하는 시선이라고 해야하나. 그리고 어떤 부분에선 가학적인 기질까지.

어찌되었건, 그의 책 추천은 상당히 쓸만하다.

* 글쓴이의 심리 분석이 아니라, 읽은이가 그렇게 느꼈다는 이야기다. 딴지 없으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