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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다

강의를 녹음할 권리?

자그니 2006. 5. 5. 12:46
어젯밤 수업시간에, 조금 난감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저는 평소에 Mp3 플레이어로 강의를 녹음합니다. 나중에 다시 듣는 일은 많지 않지만- 수업 시간에 잠깐 딴 생각하다가 놓친 부분이나 잘 이해가 안가던 부분을 녹음을 통해 다시 확인하는 편입니다. ... 실은 인터뷰 기사를 쓰면서 생긴 버릇이기도 합니다.

강의를 미리 녹음한다는 사실을 동기들에게도 알리고, 공개적으로 mp3를 앞에 놓고 녹음하는 편인데, 몇몇 분들은 그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셨나 봅니다. 어제 들은 수업은 주로 토론을 통해서 진행되는데, 강의가 끝난 다음에 앞으로는 녹음하지 말아달라고 하시더군요.

갑작스런 부탁에 이해가 가면서도, 개인적으로 난감했던 것이, ① 이제까지 별문제 없이 계속 녹음-_-을 해왔는데 갑자기 제가 감시자-_-라도 된 것처럼 느끼게 됐다는 것과 ② 사적인 목적으로, 외부에 유포된 적 없이 제 기억을 되살리는 용도로만 사용되어 왔는데, 갑작스럽게 제지를 당하니...

뭔가 기분이 -_- 묘하더군요.

저는 워낙 수업 시간에 딴 생각-_-을 많이 하는 편이라서 이런 식의 기억 보조장치를 동원하지 않으면 나중에 강의내용을 기억하기가 어려운 타입입니다(...공인된 약간의 학습장애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칠판은 디카로 찍고, 녹음하고, 거기에 보조로 필기도 하고-하는 편인데, 앞으로는 어쩌지? 하는 생각도 들고.

그렇다고, 자신의 목소리나 영상이 남겨지는 것을 꺼리시는 분들의 마음을 이해못하는 것도 아닙니다. 사진 찍히는 것을 싫어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니까요. 싫어하는데 억지로 녹음할 권리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 그렇지만- 저도 보조장치에 의지해서라도 기억을 되살릴 권리는 있다고 생각합니다. .. 사실 권리라고 말하기도 우습죠. ㅜ-ㅜ

이럴 경우는 어쩌면 좋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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