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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다

GQ 정기구독을 끊다

자그니 2006. 1. 25. 16:58

GQ라는 남성잡지가 있습니다. 이충걸씨가 편집장으로 있는, 대한민국 3대 남성잡지 가운데 하나입니다(... 뭐, 그래봤자 몇개 없는 남성지이긴 합니다만 -_-;). 지난 몇년동안 쭉- 아니, 실은 GQ 창간할때부터 계속 보다가 몇년전부터 정기구독하면서 보고 있었는데, 이제는 정기구독을 그만해야할것 같습니다.

뭐, 잡지가 부르주아-_- 계열이라니, 쓸데없이 비싼 상품들을 소개하니, 허영에 가득한 라이프 스타일을 소개한다느니-하는 '그동안 GQ에 넘쳐났던' 비판들에 대해서는 불만 없습니다. 제 근처에 있는 부잣집 친구들 대하듯 대해왔거든요. 그냥 원래 그러려니, 그런 성향이겠거니- 하면서 말이죠. 원래 그런건데 뭐 어쩌겠어요? -_-;

어찌되었건 패션쪽-의 나름대로 도움되는 기사들과 더불어(잡지 내용은 이게 주-가 되긴 합니다만), GQ의 시니컬한 비평(크리틱)과 리뷰들은 참 좋았습니다. 세상일과는 담쌓고 사는 듯한 무뇌함...-_-;도 괜찮았구요(이건 페이퍼쪽 식구들 특징이려나요?). 그런데 작년 중반부터, 제가 꼬인 탓인지 GQ에 애정이 떨어진 탓인지, 좀 심하다- 싶은 느낌이 들때가 많았습니다. 그러다 이번 1월호 기사들을 보고서는 앞으로 안보기로 결정 -_-;

저는 잡지를 뜯으면서 봅니다. 그러니까, 처음부터 흩으면서 재밌게 보이는 부분을 뜯어서, 그 부분만 가지고 다니면서 봅니다. 한달에 십여개의 잡지-_-를 소화할 수 있는 비결이죠. 그런데 이번호 GQ에서 뜯을만한 기사는 딱 10여페이지 정도더군요. 뭔가 훈계(또는 제안을 빙자한 강요?)조의 패션 기사들도 질리고, 읽을만한 글들이 갈수록 없어지네요. 게다가 몇년간 지속되는 체계가 이젠 지겹기도 하고.

기대도 안하게 만들었던 가이테크와 피처 섹션의 기사들부터 시작해서(이번 1월호 핸드폰 소개 기사에서는 아예 경악했음. 어쩌라고?), 작년 언젠가는 여자 사진 한장 안나오는 기사들로 가득하더니 지난달부터는 괜시리 '별난 섹스(영화 따라하기, 야외정사 등)'쪽의 기사를 은글슬쩍 들이미는 이유도 모르겠고(몇년전에 나오던 이런 류의 기사는 '잘난척'하는 느낌보다는 '좀더 유쾌'한 쪽에 가까웠다고!), GQ에서 가장 읽을만 했던 크리틱 섹션도 날이 갈수록 힘이 빠지고(까는 재미는 없어지고 언제부턴가 되게 착해졌음). 엉터리 같은 느낌이 드는 크리틱까지 등장하지 않나(대한민국 피플파워가 부패했다-라는 기사), GQ에서 추천하는 책과 음반도 날이 갈수록 함량미달(...하지만 이건 문화판의 문제일수도 있으니 패스-). ... 가장 질렸던 것은, BAT(브리티쉬 앤 타바코, 던힐 담배 만드는 회사) 임직원 인터뷰 기사, 이런 광고성 기사야 여성지에서는 많이 봐왔지만.

...그렇다고 변할려면, 편집장이 바뀌는 것이 가장 빠르겠지만, 지금의 GQ를 만든 것과 마찬가지인 사람이니, 불가능하겠죠?

그냥저냥, 꽤 아끼던 잡지 하나를 잘라낼려니 싱숭생승해서 글써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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