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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기업, 그리고 매춘부의 논리

자그니 2011. 6. 25. 12:39

정치에서의 선한 믿음은 민주주의의 원칙인 대의와 대중의 여론은 물론이고 쾨슬러가 "윤리라는 바닥짐"이라고 부르는 최소한의 것마저 의식하지 않는다. ... 그리하여 정치는 "목표가 수단을 정당화"할 수 있다는 매춘부의 논리에 도달하게 된다. - 장정일, 한겨레, 2011년 6월 25일


목표가 수단을 정당화하는 것. 그것을 매춘부의 논리라고 장정일은 썼다. 아서 쾨슬러의 <한낮의 어둠>에 대한 서평에서. 바로 그 뒷페이지에서 임종업 선임 기자는 <경제학의 배신-시장은 아무 것도 주지 않는다>를 정리하며 이렇게 말한다. 


요는 시장만능주의자의 정책은 힘 있는 자들, 특히 기업을 위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기업 곧 법인은 인간으로 치면 사이코패스, 소시오패스 등 '반사회적 인격 장애자'라는 거다. 거짓말, 가명 사용, 사기 행위를 일삼고, 걸핏하면 폭행에다 소송을 벌인다. 또 눈 앞의 이익을 위해 장기적 복지를 희생시키고 하청업체, 노동자한테 줄 돈을 미루면서 가책을 전혀 느끼지 않는 '인위적 인간'이기 때문이다.


내게는 이 두 글이 겹쳐서 읽힌다. 기업은 "이익을 내기 위해 존재한다"고 믿고, "이익을 내기 위해서는 무엇이든 해도 된다"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나는 그것을 "조폭의 논리"라고 불렀고, 장정일은 그것을 "매춘부의 논리"라고 부른다.


반면 예전에 읽은 어떤 책에선, "사업은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것을 제공하는 것"으로 정의한 일본의 사업가도 만난적이 있다. 기업은 "이익"을 위해서 존재하는 가,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것을 공급하기 위해" 존재하는 가. 이익을 내기 위해 물건을 만드는 가, 필요한 것을 공급하니 이익이 나는가-


...사실 말할 필요도 없는 질문이지만, 문제는 공급 과잉에 빠진 자본주의-라는 것. 사람들에게 필요할 만한 것들은 이미 다 있다. 필요하지 않은 것들까지 이젠 팔아야 한다. 그러나 그것이 매춘부의 논리를 옹호해주진 않는다. 다른 문제니까. 


그런데도 뻔뻔하게, 매춘부의 논리를 들이대며 말하는 사람들이, 여전히 왜 이렇게나 많은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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