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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끝내 서로를 놓지 않았다 - 박정헌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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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끝내 서로를 놓지 않았다 - 박정헌

자그니 2005. 9. 3. 02:27
우리는 삶의 의미를 깨닫기 위해서 하루하루를 살아가지만 정작 죽음을 눈앞에 두고 삶의 의미를 깨우친다고 한다. 여덞 손가락을 절단하고 사실상 알피니스트의 생명을 잃은 지금, 진정한 등반의 의미를 깨닫고 말았다. 나는 오늘까지 눈앞에 바라보이는 내 자신의 정상을 향해 무수한 깃대를 꽂았다. 하지만 희박한 공기속의 정상도 폭풍설속의 정상도 결코 종점이 아닌 새로운 시작이며 끝없는 여정이자 출발에 불과할 뿐이다.

...

산은 네팔에도 파키스탄에도 히말라야에도 에베레스트에도 아닌 마음속에 있다.

...

지난 시간속에 있었던 이 모든 일들은 지금의 내게 다시 돌릴수도, 돌리고 싶지도 않은 일이다. 다만 우리를 살게 한 운명의 끈에 따라 내게 주어진 또 다른 삶을 살아갈 날들이 남아 있을 뿐이다.

- 박정헌 산문집 '끈'의 서문, "우리는 끝내 서로를 놓지 않았다"에서

기억하시는가요? 박정헌, 최강식이라는 이름을.
지난 겨울, 히말라야 촐라체봉 등정을 마치고 하산하다가 크레바스에 빠지는 사고를 당하고서도, 손발에 동상이 걸리고 다리가 부러지는 상황에서도, 끝끝내 파트너를 버리지 않고 살아돌아왔던 그 두 사람을.

갑자기 그 두사람이 잘지내고 있는지 궁금해져서 인터넷을 검색해 보았습니다. 최강식씨의 소식은 들리지 않지만, 그래도 나쁜 소식은 없는 것을 보니 크게 나쁜 일은 없나 봅니다. 무소식이 희소식임을 믿어야겠지요. 선배였던 박정헌 씨는 책을 냈네요. 「끈」이라는 제목의 산문집입니다. 하산중 사고에 대한 기록, 또는 그 사고를 이겨내고 살아가기 시작한 것에 대한 선언, 같은 글입니다. 음, 그것말고도 기사가 하나 더 있습니다. 뭐냐구요?

...세상에 -_-;; 그는 여전히, 여전히, 산을 오르고 있습니다... 예, 참 눈물나게 독한 사람입니다. 저라면 이젠 산이 지긋지긋해져서 못오를것 같은데, 그는 함박 웃음을 지으며 산을 오르고 있습니다. 소줏잔 따라줄 손가락이 남은게 어디냐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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