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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다/취생몽사

먼 훗날 환생의 꿈

자그니 2009. 1. 10. 02:50
바람이 부는 어느, 바닷가의 절벽이었다. 해가 가뭇가뭇 내려앉을 무렵이었다. 피곤한 몸을 잡아끌며, 절벽의 끄트머리에 자리잡은 정자를 찾았다. 정자의 턱에 앉아 몸을 기울여 내려다보니, 눈 앞에 바위가 보인다. 두 개의 바위가 한 쌍인 것 마냥, 눈 앞의 바다에 서 있었다. 바위를 멍하니 바라보고 있으니 생각이 텅비어간다. 텅빈 머릿 속에, 내가 지금 여기에 왜 와있는 걸까-하는 멍청한 질문만 떠오른다. 뭐하러 아득바득 이곳까지 걸어온걸까-

문득 인기척이 느껴져 고개 돌려보니, 누군가가 저쪽 편에 앉아있었다. 머리가 길고, 발목까지 가리는 파란 원피스에 갈색 벙거지 모자를 깊게 눌러쓴 아가씨. 내가 오기 전부터 이 자리에 있었던 모양이다. 왠지 낯설지 않은 얼굴이다. 안녕하세요- 하고 말을 걸어본다. 안녕하세요-하고 말을 받는다. 오래 앉아 계셨나 봐요-하고 대답하다, 그렇게 말을 주고받다, 그 자리에 앉아 한참동안 서로 수다를 떨었다.

그러다 해가 지고, 바람이 차가워진다. 정자에서 일어나려는데, 그 아이는 아쉬운듯 계속 바다를 돌아 본다. 계속 계실거냐고 말하려는데, 갑자기 아이가 묻는다. 혹시, 우리 언제 본 적이 있지 않냐고. 긍정도 부정도 할 수 없어 그냥 미소 짓는데, 아이가 미소를 받으며 바위를 손가락으로 가리킨다.





우리, 오래 전, 저 바위 아니었냐고.
바위의 모습으로, 수천년을 서로 바라만 보고 있지 않았냐고.




...응, 분명히, 그랬던 것 같다고 대답한다.





* 어느 날 꾸었던 꿈 이야기.

베베님의 「먼 훗날 환생의 꿈」에 엮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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