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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실, 스무살때 목소리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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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실, 스무살때 목소리

자그니 2008. 10. 3. 04:31





▲ 최진실이 스무살에 녹음한 목소리, 「사랑만들기」


잠을 자고 있는데, 마루가 시끄럽습니다. 동생과 어머니가 난리가 났습니다. 뭔 일인가해서 급하게 튀어나가보니, 최진실의 사망 소식이 들려옵니다. 많이 당황스럽습니다. ... 누군가의 댓글 그대로, '함께 늙어갈 줄 알았는데...' 란 기분입니다. 몇개월전 남대문이 불탔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와 비슷한 심정이네요. 그냥 그 자리에, 그렇게 있을 줄만 알았는데...



위에 올린 파일은, "작지만 소중한 사랑 이야기"라는 제목으로 나온, 배우들의 이야기 낭송집입니다. 제작년월은 1990년 10월로 적혀있네요. 최수종, 하희라, 이경영, 이미연, 김세준, 박중훈 ... 그리고 최진실. 저때 막, 청춘 스타로 인기를 끌기 시작했던 사람들입니다. 예전에는 몰랐는데, 이제 다시 들으니 정말 앳띤 목소리네요. 하긴... 벌써 몇년 전일까요.



카세트에 담긴 내용은, 지금은 어디서나 흔히 읽을 수 있는... 그런 사랑 이야기들. 사랑 편지들입니다. 오늘 녹음하기 위해 꺼내서 다시 들어보니... 저 시절도 참, 특이했네요. 흔하지 않았던 대학생, 검게 물들인 군복 잠바, 사랑한다 말하지 못하는 남자 ... 뭔가 사랑하는데 쑥스러움이 참 많았던 사람들. 유치하지만 다정한. ... 그렇지만, 그 유치함마저 쉽게 허락되지 않았던 시절.



오늘, 스무살적 그녀의 목소리를 들으며, 조금 씁쓸하게 지나간 한 시대를 추억해 봅니다.

전 아직까지 사랑한다고 고백해 본 적은 없어요. ... 너무나 자주, 그가 보고 싶을 뿐입니다. 뒤축이 다른 그의 구두에 가슴이 아프고, 용돈이 생기면 그가 언젠가 사고싶어했던 책 이름을 기억해내고 싶고, 피곤에 지쳐 버스에 몸을 싣는 그에게 내 점심값으로 택시를 잡아주고 싶습니다. 그저, 그 뿐이에요.


...라고, 쑥스럽게 말해야만 했던 시대를.

▲ 왼쪽부터 김세준, 박중훈, 최진실, 이미연, 하희라, 최수종


* 검색해보니, 저 앨범은 '멜론'에서도 들을 수 있는 것 같네요. 멜론 이용하시는 분들은 한번 검색해 보세요. 다만.. 조금 간지러울실 각오는 하시는 것이 좋을듯. 80년대 정서는.. 어떤 의미에선 우리에겐 '컬트'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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