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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 임환군 본문

읽고보다/메모하다

눈 - 임환군

자그니 2004. 12. 9. 10:43
나의 운명을 말하지 말아줘.
그대 손금 속에 가려진
기억나지 않는 날
그대의 옷깃에 잠깐 부딪치려니.

어떻게 살아가느냐고
어떻게 살아가느냐고
그래 이런 수수께끼는 없었지

반찬투정하는 어린 것처럼
세상이 입맛없다고
이맛살 찌푸릴만큼
보고싶은 사람이 있을까?

굼시런 일상이 김이 오르며
식어갈 때
그대 상상의 선반을 지나서
내 어느 산 속 이름없는 날
짐승처럼 서럽게 울다가
계곡에 떨어져 죽더라도
나의 운명을 말하지 말아줘



어느날, 내 어린 연인에게서,
이 시를 선물 받은 적이 있었다.

...
이거 내가 너무 아끼는 시거덩..
그니까 하나하나 음미하면서
진지하게 듣도록.. +-_-;;

라며, 작은 입으로 노래하던, 눈, 이라는 시.
아마- 햇볕이 쨍쨍 내리던 오월의 어느날 이었지.

민망한듯 빨개진 볼로, 열심히 외우는 그 애를 보며
나는 나도 모르게, 가슴이 두근거리고-

시를 외우고 나서, 그 애가 말했어.

이거, 아무한테나 가르쳐주지 않는 건데...
...오빠도 외울래?+-_-;

... ( ㅡ_ㅡ )a

첫 눈이 내린 날 나는,
다시, 시를 읽는다.

햇살이 지독했던 그 해의 오월을 생각하며.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 그 벤취를 기억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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