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that Zagni
기륭전자에, 우석훈 선생님 보러오세요. 본문
...사실 하루 이틀 단식하는 것도 그리 쉬운 일만은 아닙니다.
제가 찾아갔을 때는, 기륭 투쟁 1085일이 되는 날이었습니다. 1085일. 그 동안 남대문도 불탔고, 정권도 바뀌었습니다. 누군가는 대학원을 졸업했을 시간이고, 군대에 갔다가도 제대할 시간입니다. 이 날 사회보시는 분이 그러더군요. 자기 군대 가기 전에 시작된 일이, 자기 군대 갔다와도 계속 되기에 놀랐다고.
이 날 문화제가 끝나고, 홍세화 선생님과의 간담회(?)가 있었습니다. 장소 여건은 그리 좋지 않았지만... 참석하신 분들에게는, 좋은 시간이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 마이크 하나랑 전구 하나만 있었어도 더 좋았겠지만.
① 기륭 전자에서 비정규직으로 일하던 분들이, 원래는 비정규직으로 일하면 안돼는, 불법 하도급이란 판결이 났습니다.
② 이에 대해 기륭전자는 벌금을 선고 받고, 이들을 정규직으로 채용하던지 다 짜르던지 선택해야 했습니다.
③ 그래서 다 짤랐습니다. -_-;
④ 이에 대해 비정규직 분들은 소송을 걸었으나, 패했습니다. -_-; 그리고 기륭전자는 비정규직분들에게 54억의 손해배상소송을 걸었습니다.
⑤ 억울해서 물러설 수 없으셨던 이 분들은, 정규직 채용을 요구하며 1090일 가까이 되도록 계속 싸우고 있습니다.
이제 단식 65일째인가요. 사진으로 뵌 분들은, 피골이 상접해 보였습니다. 저, 그러니까 울면서, 여러분들께 관심을 가져달라고 호소하거나 그럴 생각 없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관심 없다는 것, 잘 알고 있습니다. 솔직히 저도 카렌님 아니었으면, 이오공감에 올라왔던 그 글 아니었으면 관심 가지지 못했을 겁니다. ... 그리고 이 분들이 죽든 살든, 우리네 삶과는 하나도 관계 없을지도 모릅니다.
그렇지만, 조금만 관심을 가져주세요. 70평생 살아간다면 61만 3,200 시간을 살아갑니다. 그 중에서, 딱 몇시간만 시간을 내주세요. 혼자 사는 세상 아니니까, 조금만 관심을 가지면, 또 어떤 변화를 가지고 올 수 있을지도 모르니까, 딱, 몇시간만. 내 인생에서 30만분의 1의 시간만.
어차피 변화란 건 그리 대단한 것이 아니잖아요. 어떤 혁명의 날이 와서, 순식간에 모든 것이 바뀌는 것이 아니잖아요. 대신 눈 앞의 작은 하나라도, 아니라고 말할 수 있고, 이게 더 옳다고 말할 수 있을 때, 난 이렇게 살거야-라고 말할 수 있을 때, 그때부터 알게모르게 변해가는 거잖아요. 그렇게 우리가 지켜야할 가치가 있다면, 그건, 당연히 기륭전자의 비정규직 분들에게도 같이 적용되야 하지 않을까요?
그래서 다시 한번 부탁드립니다. 오늘 저녁 8시 반, 기륭 전자에서 <88만원 세대>의 저자, 우석훈 선생님의 강연회가 열린다고 합니다. 그 핑계대고서라도, 한번 와주세요.
가산디지털 단지역(7호선, 1호선)에서 내리셔서, 2번 출구로 나오면 길 건너편에 마을 버스 타는 곳이 있습니다. 그곳에서 3번버스 타고, 충남슈퍼에서 내리시면 첫번째 사진의 건물이 보입니다. 오셔서, 그 분들이 혼자가 아니라는 것, 마음만이라도 함께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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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인적으론, 1000일전에 블로그와 아고라가 활성화 되었다면- 이것보단 다르게 전개될 수 있었을 텐데-하는 안타까움이 있습니다.
* 저는 촛불집회에 참석하고 나서, 시간되는대로 출발할 예정입니다(이거, 애매하긴 하네요...).
* 이 글, 누가 이오공감에 좀 올려주세요. 딱 오늘 하루만 올라가 있으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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