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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다/즉석사진

정동영 후보 낙선 사례

자그니 2008. 4. 10. 18:47
...이 동영상은, 2008년 있었던, 어떤 선거에 대한 나의, 마지막 기록이다.



우리집은 상도동이다. 정동영과 정몽준이 출마한 그 지역구다. 어제 선거가 끝났다. 정동영은 지고 정몽준은 이겼다. 크게 졌다고? 그렇게 생각할 사람들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여론조사에선 몇십%의 지지율 차이가 난다고 나온거에 비하면, 정동영은 크게 선방했다.

오전에는 정몽준의 당선 사례차가 지나갔다. 오후, 원고쓰다 말고 베란다에 나가 담배를 피는데, 누군가의 선거 홍보차가 들어온다. 가만히 보니 정동영이다. 방에 들어가 카메라를 꺼내들고 꺼내와 찍었다. 좀 멀리 있어서, 10배줌으로 당겨찍느라 많이 흔들리긴했다. 소리도 제대로 녹음이 안됐다. 손도 아팠다. 그래도 계속 찍었다.

처음에는 분위기가 좀 썰렁했다. 정말 정동영이 왔나? 하는 생각도 했다. 그렇게 계속 보고 있는데, 사람들이 다가와서 인사를 한다. 손을 흔든다. 그래도 유명한 사람이긴 하구나-하고 생각했다. 생각보다 친근하게 대하는 것 같아서 놀랐다. 나처럼 아파트 창문을 열고 내다보는 사람이 생긴다.

계속, 정동영 낙선자가 말을 이어나가는데, 어디선가 갑자기 박수 소리가 터진다. 누군가가 정동영 화이팅! 하고 외친다. 이런이런. 갑자기 코 끝이 조금, 시큰해진다. 아, 이래서 정치인들은 정치를 하고 싶어하는 거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그 자리에 사람 몇명 없었는데, 별로 봐주지 않는데, 내가 얻어먹을 것도 없는데, 누군가가 당신에게 박수를 치고, 힘내라고 말을 한다. 아아, 정동영은 아직 망한게 아니구나. 떨어졌다고 끝난게 아니구나-

난 분명 진보신당의 지지자다. 좀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진중권과 심상정의 지지자다. 난 어리석어서, 이념을 보지 않고 사람을 본다. 사람을 믿고 사람을 따라간다. 그런 의미에서, 정동영도 계속 지켜보고 있기로 했다. 미국으로 떠난다고 했던가. 어서 갔다가 어서 돌아오기를 바란다. 그리고 지금처럼, 사람들 근처에서 자주 볼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사람들이랑 뒹굴며 몸부비고 정치하기를 바란다. ... 그렇다면 그때는, 진짜 정치인으로 다시 태어나게 될텐데.

...그런데 아쉬운 것은, 과연 4년후까지 이 지역에서 살고 있을 수 있을까-라는 사실. 정몽준이 당선됐다. 사람들은 정몽준이 당선되면 집값이 오를거라고, 정몽준을 찍겠다고 했다. 우리 가족은 전세를 살고 있다. 내년에 재계약해야 한다. 집값이 오르면 보통 전셋값도 따라오른다. 이미 전셋값은 많이 올랐다. 몇천만원씩 오른 전셋값을 감당할 여력이 우리에겐 없다. 그렇게되면, 또 어디로 이사를 가야만 하는 걸까.

(대학등록금때 어떤 이들이 그랬던 것처럼, 열심히 일해서 돈 더 벌면 되지요, 까짓 몇천만원 더 벌어서 전셋값 부담하면 되지요-라는 따위의 말을 하는 사람있으면, 때려줄꺼다. 정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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