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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기쁜 일은? - 끝에서 두 번째 여자친구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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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기쁜 일은? - 끝에서 두 번째 여자친구

알 수 없는 사용자 2013. 8. 18. 13:58

"가장 기쁜 일은?"


"아침에 회사에 와서 메일함을 열었을 때 아주 많은 메일이 있는 것."


"그러고는?"


"지각하는 날, 사장님이 아주 늦게 오는 것."


"그게 다야?"


"세븐일레븐에서 계산할 때 줄 안 서도 되는 것!"


"말도 안 돼!"


"토요일 오후에 갑자기 문자가 오는 것, 통신사의 광고 메시지는 말고. 회의 때 싫어하는 동료가 사장한테 욕먹다가 멍청하게 말대꾸하는 것, 바이어와 약속을 했는데 그가 회사로 찾아와주는 것, 계속 전화로만 통화하던 바이어를 처음 만났는데 굉장한 미인인 것, 식당에 도시락을 사러 갔는데 아줌마가 주문한 모든 요리를 깔끔하게 담아주는 것, 냉장고를 열었을 때 우유 유통기한이 딱 내일까지인 것, 반년이나 얼어 있던 피넛 버터가 여전히 부드럽게 발리는 것, 잘 익은 수박을 쪼갰을 때 양쪽 합쳐서 다섯 개의 씨만 보이는 것, 택시비가 75원 나와 1,000원짜리를 냈는데 기사가 기쁘게 거슬러주는 것, 밤 열두 시까지 야근하고 택시를 탔는데 고등학교 졸업 파티 때 춤추던 곡을 듣는 것, 이 닦을 때 딱딱한 칫솔모가 벌써 부드럽게 변해 있는 것, 날이 추울 때 샤워기의 물이 금방 따뜻해지는 것, 바지 갈아입을 때 막 다림질해서 주름 하나 없는 바지를 입었는데 입고 보니 주머니에 1,000원짜리가 집히는 것, 문을 나서기 전에 열쇠를 찾는데 단번에 찾아지는 것, 정액권을 막 넣고 정거장에 서자마자 열차가 오는 것, 전철에 앉았는데 건너편의 내 나이 또래인 남자가 학생들이 만든 『타임스』를 보고 있는 것, 길에서 전단을 나눠주는 사람이 나에게는 전단을 주지 않는 것, 포커 게임을 할 때 K를 받는 것, 어렵사리 깎은 참외가 정말로 단 것, 중타이빈관의 타이 레스토랑에 밥을 먹으러 갔는데 예약도 안 하고 금방 좋은 자리를 얻는 것. 아, 또 있다. 신문도 보지 않고 예매도 안 하고 갑자기 워너빌리지에 달려가서 영화를 보려는데 오 분 후에 시작하는 표를 사는 것."


"그런 일들이 널 즐겁게 한다고?"


"잠깐만, 또 있어, 또 있어. 일요일에 수영하러 갔을 때, 내가 수영하는 레인에 사람이 다섯을 넘지 않는 것."


"그것으로 만족한다고?"


"언젠가 일요일에 문을 닫으려고 할 때 갔거든, 수영장에 사람이 아주 적어서 나 혼자 레인 하나를 다 썼어. 그때 느꼈지. 난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다!"


"그게 네가 원하는 생활이야?"


"아주 단순한 생활이지."


_왕원화, <끝에서 두 번째 여자친구>에서


이 책 번역을 현선이가 했던가. 
왠지 번역하면서도 즐거웠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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